2014년 3월 3일 월요일

라멘과 칼국수, 그리고 고기국수

오랫만에 뉴스 팔라펠의 먼지 쌓인 문을 삐끄덕 조심스레 열어본다. 그간의 이스라엘 생활을 정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여러 사정들이 있어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해 놓다가 도메인까지 날릴 뻔 했다. 새로운 도메인 관리업체로 이전하고나서도 설정 방법이 낯설어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세팅을 마쳤다. 이름은 뉴스팔라펠로 남지만, 이스라엘과 중동에 관련된 주제만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랫만에 쓸 글도 한국에 돌아온 후에 잠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가 배경이다.



일본의 라멘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되어 아내와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갔다. 마침 저가항공 프로모션 티켓으로 제주도 다녀오는 것보다 싼 가격에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처음 가본 일본 여행이지만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처럼 완전히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는 (사실 어느 문화에서나 있을 법한)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일본에서는 차이점을 찾는 것이 더 쉬웠다. 그런 차이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음식점의 운영 방식이다.

아무거나 잘 먹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쌀밥에 김치가 없으면 매우 힘들어하는 토종 한국인이다. 이스라엘의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늘 김치를 담궈 먹었으니 대단한 김치 사랑이다. 그래서 일본 여행 중에도 적어도 하루 한 끼는 김치를 먹어야 했는데 그 때 가장 편리하고도 안전한 선택은 바로 "금룡라멘"집이었다. 일단 맛이 준수하고 밥과 김치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일찍 문을 여니 아침 식사로 라멘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면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기 좋았다.

[ 도톤보리 근처의 금룡라멘, 체인점이라 여러 곳에 있다 ]

사진에서 금룡라멘 옆 노란색 간판의 "마쓰이" 같은 덮밥집도 한끼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인데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비슷하다. 매장 입구 한 켠의 식권 자동판매기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현금이나 충전식 카드(우리나라의 티머니와 비슷한 ICOCA 카드)로 계산하면 식권이 나오고 이 식권을 종업원에게 제시해서 주문한다. 음식이 나오면 직접 가져오거나 주방을 둘러싸고 바에 앉는 형태이니 바로 받으면 된다. 수저나 간단한 밑반찬, 양념 종류는 테이블 주변에 미리 준비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종업원 수가 매우 적다. 보통 두 명 정도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서빙한다. 아침 일찍 가보면 한 명이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 계산하고 음식을 나르는 직원이 필요없으니 많은 인원이 필요없고, 기본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만 하면 된다.

식권 자동판매기의 여러가지 장점을 생각해보니 여러가지가 있다.

- 계산 직원이 따로 필요 없다
- 선불이니 돈 떼일 염려 없다
- 주방 직원이 돈을 안 만지니 위생적이다
- 전달 과정에서 주문이 잘못 들어갈 염려가 없다
- 정산, 회계가 간편하다

또한 메뉴를 단일화하거나 조리 과정을 표준화해서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는 한편, 음식 제공 및 뒷처리의 서빙 과정과 동선을 줄여 테이블 회전율을 극대화시킨 점도 운영 방식의 장점이다.

한국의 칼국수

[ 명동교자 본점, 사진: 명동교자 홈페이지(http://www.mdkj.co.kr/) ]

여러 유명한 칼국수 집들이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은 단연 "명동교자"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가도 항상 줄을 서야 하지만 빠른 회전율 덕에 다행히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곳도 계산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주문과 동시와 선불로 계산을 한다. 주문 접수와 계산만 전담한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주문을 받고 주문첩에 주문 용지와 신용카드를 순서대로 꽂아 가져간 뒤 결재하고 영수증을 가져온다.

식사 후에 계산대에서 별도로 계산하는 불편을 줄인 방법이지만 여전히 좁은 공간에서 손님과 종업원의 동선이 얽히기 일쑤고, 아무리 경력이 많은 종업원이라도 가끔 실수하는 경우가 있어 주문 순서가 꼬이거나 카드 주인을 못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곤 한다. 미리 자동판매기에서 식권을 구매하고 자리에 앉아 종업원에게 주면 더욱 편리한 계산 및 주문이 이루어질테고, 휴대용 카드 결재 단말기라도 가지고 다니면서 자리에서 계산하면 한 단계를 더 줄일 수 있을텐데 한국을 떠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몇 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한편 분당 미금역 근처에 "밀숲"이라는 나름 지역에서 유명한 칼국수 집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직접 면을 뽑고 사골 국물을 내는 곳이라 항상 붐비는 곳이다. 명동교자는 앞서 얘기한 일본의 라멘집이나 덮밥집보다는 규모가 큰 곳이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매장도 좌석 수가 바 포함 20여석 정도로 크지 않고, 메뉴도 사골 칼국수 한 종류인 이곳은 가게 규모나 메뉴의 구성으로 볼 때 적절한 비교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운영상 장점이라면 개별 냄비에 일인분씩 조리를 하는데 미리 육수가 담겨져 있고, 가스렌지는 타이머가 맞춰져서 적당한 시간에 맞춰 면을 넣어 끓여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리 과정은 편리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무려 여섯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었다. 좁은 주방에서 세 명이 음식 조리와 설거지 등을 하고 있었고, 두 명은 서빙과 계산, 한 명은 제면기에서 면을 뽑고 있었다.

계산 과정을 선불로 전환한다면 식사를 마치고나서 계산을 기다리는 시간이 사라지고, 식권 자동판매기를 도입한다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 설거지도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더 빠르고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을텐데 좁은 주방에 설거지를 위해 두 명이나 더 들어가 있는게 부담스럽다. 특히 설거지 공간 때문에 바 한 쪽이 막혀있어 손님이 김치 추가를 요청하면 바에서 직접 건내주지 못하고 종업원이 빙 둘러 돌아가 가져다줘야 하는 불편이 눈에 띈다. 수저와 다대기처럼 김치도 테이블이나 별도 공간에 따로 준비해 놓으면 서로가 편할 텐데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인력의 절반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리고 고기국수

제주도에 유명한 토속 음식 중에 돼지고기와 뼈를 고아 육수를 낸 고기국수가 있다. 이른바 "고기국수 명소"로 알려진 올래국수, 자매국수 두 곳은 가게 규모도 작은데다가 관광객들이 필수 방문 코스처럼 들르는 곳이라 늘 삼사십분은 줄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어서 오세요" 다음에 반기는 인삿말이 바로 "주문 먼저 하시고 기다리세요"다. 미리 음식 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다리다 지쳐 돌아갈 손님들을 생각해서인지 계산은 식사 후에 한다.

열 개도 안되는 테이블이 놓인 비좁은 가게 공간에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과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 계산을 하려는 손님들로 인해 북적이고,  게다가 왜그리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는지 그야말로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게 된다. 그래서 고기국수를 좋아하지만 그 두 곳은 가지 않는다.

[ 자매국수 제주점, 오후 두 시 반에 갔어도 여전히 사람은 많다 ]


음식점의 경영혁신

생산관리 등 산업공학 분야를 공부하다보면 제일 먼저 나오는 예가 일본 도요타의 칸반 시스템, JIT 시스템 등이다. 지금이야 애플이나 삼성이 혁신을 부르짖지만 사실 (경영)혁신의 선구자이자 우등생을 꼽는다면 단연 일본이다. 이런 음식점의 운영에서도 일본 혁신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일본의 음식점들이 자동판매기를 사용하는 것은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고 기본적인 품질, 즉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아무리 허름해보이는 음식점을 가더라도 불편하지 않고 음식도 일정 수준이 보장된다.

우리나라에서 식권 자동판매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매출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제 현금영수증도 의무 발급으로 점차 전환되는 추세이고, 오히려 회계가 간편하고 회전율 증가, 인력 절감 등으로 효율이 더 올라가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을 고려할만하다.

또한 선불에 대한 거부감이나 손님이 직접 받아가는 셀프 서비스도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 매장 내 푸드코트 등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서빙을 보는 직원이 음식을 날라다주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계산까지 해야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없을 뿐더러 인력을 더 쓰자니 인건비가 부담스럽다.

지금 동네의 흔한 '밥집'들은 이래저래 힘들다. 비싼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가게 월세는 높아져만 가고, 손님들은 까다롭고, 비슷비슷한 경쟁 음식점들은 늘어가고, 인건비도 문제지만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는 탄식을 많이 한다. 이런 환경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고 경영혁신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